나를 찾는 긴 여정

‘지금이 아닌 언젠가, 여기가 아닌 어딘가. 나를 받아줄 그곳이 있을까.’
자우림의 노래 <샤이닝>의 가사는 낯선 세계에 발을 들이는 이민자들의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살아온 궤적도 눈앞의 목표도 제각각이지만 모두 조금 더 나은 내일을 꿈꾼다. 소설 <아메리카나>의 주인공 이페멜루도 그런 이민자다.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남자친구 오빈제, 부모님과 친척, 친구를 뒤로하고 미국으로 건너간다.
외톨이
이페멜루는 나이지리아에서 보낸 어린 시절을 궁핍하면서도 반짝이는 추억으로 회상한다. 저자는 이야기 속에서 이페멜루와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 나이지리아의 정치경제적 모순을 자세히 보여준다. 시민이자 여성으로서 겪는 부조리는 이페멜루가 나이지리아를 떠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페멜루의 날카로운 시선은 미국에서 더 단단하게 벼려진다. 제3세계 출신 여성으로서 생존을 위해 처절하게 노력하는 동안 그는 사회계급의 사다리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깨닫는다. 다인종 사회인 미국에 도착하고 나서 비로소 흑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얻고,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무수한 장벽에 부딪히게 된 것이다.
인종
수많은 채용 면접에서 떨어지면서 생존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이페멜루는 간신히 바닥을 치고 올라올 기회를 잡는다. 직업을 얻고, 남자친구를 만나고, 영주권을 얻는 등 실패와 성공을 번갈아 맛보면서 그의 화두는 ‘인종’이 된다.

이페멜루는 블로그에 인종문제에 관해 글을 쓰기 시작한다. 백인 대 흑인, 그리고 미국인 흑인 대 비미국인 흑인 사이에 존재하는 복잡미묘한 긴장과 갈등은 현재 미국 사회를 잘 보여주는 단면이다. ‘미국인 흑인들에 대한 비미국인 흑인의 여러 가지 생각’이라는 그의 블로그는 통찰력과 신랄한 입담으로 인기를 얻는다.
결국 이 책은 ‘나를 받아줄 그곳’을 찾는 대신 자신으로 존재하는 방법을 실천하는 사람의 이야기다. 책 속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는 헤어스타일은 상징적인 장치다. 이페멜루의 헤어스타일 변천사는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 그 자체다. 직모가 되기 위해 화학제품을 썼다가 부작용을 겪는 등 여러 시행착오 끝에 그는 생머리를 유지하기로 한다. 사회의 틀에 맞추는 대신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겠다는 선언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