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반 고흐를 좋아하세요?”

공정거래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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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반 고흐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32가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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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cent van Gogh Self-Portrait, 1887

제목에서 ‘반 고흐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이라 선택의 조건을 한정하여, 읽어야 할지 말지 결정하기가 쉬웠다. 반 고흐를 좋아하니(?) 읽어보기로 했다. 책은 저자가 운영한 미술 관련 블로그에 실렸던 60여 편의 글을 보완하여 낸 것으로 중복이 되는 경우가 꽤 되긴 하나, 32가지 주제로 반 고흐를 상당히 깊게 다루고 있어 그런 건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반 고흐

사실, 반 고흐의 작품 혹은 그를 좋아하느냐란 질문에 대답이 좀 궁하다. 진짜 좋아하는 화가는 카미유 피사로와 바실리 칸딘스키다. 그들의 그림은 나를 기분 좋게 한다. 이렇게 좋아한다는 것은 그 대상을 좋아함으로써 마음이 즐겁고 행복해야 하는데. 반 고흐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그렇지 못하다. 그의 그림에서 풍기는, 꾹꾹 눌려있는 고통의 냄새와 무게에 끌려가는 느낌이라고 표현해야 정확하겠다. 그러면서도 그의 그림을 자꾸 보게 된다. 오죽하면 거실 벽에 작은 액자로 그의 그림 다섯 편을 붙여놓기까지 했을까! 물론, 최대한 밝은 느낌의 것으로 골랐다. 아니면 너무 힘드니까.

책을 읽고 나니, 비록 그의 그림을 봄으로써 행복하거나 즐겁지는 않지만, 일반적인 사람으로서는 느낄 수 없는 깊이의 감각과 자각으로 인해 극도의 고통과 외로움에 시달려야 했던 그에게 깊은 연민의 정이 생겼다. 그리고 행복하지도 즐겁지도 않으면서도 그의 그림을 계속 보고 싶어 했던 마음이, 일반적인 좋아함은 아니지만, 그와 내가 닿아 있었다는 증거였음도 알 수 있었다. 세상, 달리 말하면, 인간을 보면서 느끼는 근원적인 소외감, 그로 인해 발생하는 처연한 슬픔과 일상이 된 고통의 연장에, 그 시간 너머에 반 고흐가 있었던 거였다.

역사의 길을 걸으며

빈센트의 동생 레오는 결정적으로 빈센트 반 고흐를 있게 한 사람이다. 그런 그가 형이 간지 6개월 만에 형을 따라간 후, 그에게 보냈던 반 고흐의 편지를 읽고, 레오의 아내는 시숙을 세상에 알려야겠다고 그녀의 인생을 걸고 덤빌 수 있었다. (반 고흐는 글도 잘 썼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과 같은 큰아버지가 정신병자요 자살한 사람이라는 것 때문에-당시 유럽은 기독교의 영향이 강했으므로 자살은 큰 죄였다- 어려서부터 인생이 꼬인 조카도 결국엔 어머니의 일을 이어받아 큰아버지, 빈센트 반 고흐를 세상에 알리는 일을 마무리했다.

그가 정신병자였던 것은 당연했다. 누구보다도 예민한 감수성을 타고난 그가 그렇게 꼬인 인생을 살면서 정신병자가 안 되었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현재 그에 대한 유명세를 몽땅 걷어내고 그의 인생을 들여다보면 쉽게 수긍이 갈 것이다. 알고 싶으면 책을 꼭 읽어보라! 그리고 그의 삶에 자신을 이입해 보면 누구도 그가 평생에 걸쳐 겪은 격한 소용돌이를 자신의 것으로 삼고 싶어 할 수 없을 것이다. 동생 레오마저 없었다면, 그의 인생은 아마 한 사람의 부랑아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혹시 길거리를 지나다 누더기를 걸치고 술기운에 비틀거리는 사람을 본다면, 그도 반 고흐가 될 수 있었던 사람인데 그의 인생에 레오가 없어 저렇게 되었나보다 생각하며 잠시나마 그에게 따뜻한 시선을 줘야 할 것 같다.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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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cent van Gogh The Poet’s Garden, 1888

그의 첫 작품으로 남아 있는 것은 9살 때 연필로 그린 ‘늙은 염소지기’다. 우리 나이로 치면 10살, 11살인데 꽤 잘 그린 그림이다. 그로부터 23년 후인 1885년, 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한 지 3년 만에 그의 첫 걸작 ‘감자 먹는 사람들’이 탄생한다. 이를 완성하기 위해 약 5개월 동안 그린, 일종의 습작만 50편이 넘는다고 한다. 물론, 당시에 누구도 인정해 주지 않았던 그림이다, 동생 레오조차도. 하지만 한 번 꼭 감상을 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가난하고 배고픈 노동자의 삶, 지금으로 말하면 사회취약계층의 삶을 얼마나 잘 표현했는지 모른다. 그 그림을 보면 온 몸에 통증이 몰려온다.

삶을 그리는 방식

그리고 3년 후인 1888년 6월 이후부터 그의 걸작들이 쏟아져 나온다. 쏟아진다는 표현은 이런 경우에 쓰는 거다. 1890년 7월 29일 죽을 때까지 겨우 2년이다. 특히, 생레미 정신요양원에 있었던 1년 동안 200점에 가까운 그림을 그렸는데, 우리가 잘 아는 ‘별이 빛나는 밤’, ‘아이리스’, ‘꽃 피는 아몬드나무’ 등과 같은 최고의 걸작을 토해냈다. 정신병자가 말이다! 그리고 죽기 직전에 ‘까마귀 나는 밀밭’을 그렸다. 이 그림은 서양미술의 근간이었던 원근법을 완전히 무시한 그림이며 현대미술의 시발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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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반 고흐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32가지' 표지 ⓒ소울메이트

저자는 ‘까마귀 나는 밀밭’ 앞에서 30분을 서 있었다고 한다. 평소 일반적으로, 한 그림 앞에 10초 이상 있지 않는데 말이다. 반 고흐가 그의 넋을 빼 놓은 거다. 그리고 “이 작품은 사람이 그린 작품이 아니요, 하나님의 도움으로 완성된 작품이다”라고 그때의 소회를 고백한다. 그러면서 반 고흐가, 누구도 그릴 수 없는 작품을 그렸기에 이제 세상을 떠나도 된다고 생각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 작품이 얼마나 대단한 작품인지 전문가가 아니라 잘 모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반 고흐는 시대를 앞질러 갔던 사람이며, 그런 그를 이해하는 것이 그 당시로서는 거의 불가능했다는 사실이다. 많은 천재들이 그랬듯, 이는 그가 몰이해 속에 불행한 삶을 살아야 했던 이유 중 하나다.

19세기 말, 파리 혹은 유럽이라는 한정된 시공간 속에서 그를 이해했던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에 비해, 21세기, 60억이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는 이 시대에 반 고흐가 살았다면, 그의 인생은 조금 편했을까? 그의 죽음이 자살이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다. 자살 자체를 미화할 생각은 없지만, 인간에게는 살 권리가 있는 만큼 죽을 권리도 있다. 인간이 겪는 최악의 고통 혹은 불행이 죽음이라면, 그는 이미 그 불행 속에 너무 오래도록 있었던 사람이다. 따라서 그가 죽음을 선택했다고 한들 새롭거나 놀랄 일은 아니다. 혹시 누군가의 아픔도 좋아해 보기 원하는가, 그럼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공정거래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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